창세기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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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는 누가, 언제, 왜 썼을까

<창세기 이야기>(도서출판 지와 사랑) 중에서

성경(Bible)은 그리스어로 ta biblia라고 하는데 “책들 the Books”이라는 뜻이다.

  

66권의 작은 책들이 한 권으로 엮어져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한 해 평균 3천만 권이 팔린다고 하는데 구텐베르그(Gutenberg)가 1453년 인쇄기를 발명한 이래 약 1천5백억 권을 발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성경을 책 중의 책 the Book of Books이라고 한다.

성경은 286개 국어로 번역되었으므로 전 세계 사람 누구에게나 친숙한 책이다.
일본은 인구의 1% 미만이 크리스천이지만 근래 일본에서 팔린 성경은 1억 5천만 권에 달한다.
그러므로 성경을 구할 수 없어 읽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성경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 있지만 다만 우리가 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성경을 가진 사람 100명 가운데 15명이 읽는다고 하며 그나마 열심히 읽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창세기(Genesis)는 토라(Torah)의 첫 권이다.
토라란 구약성경 첫 다섯 권을 통칭하는 말로 그리스어로는 Pentateuch(5권)라고 하며 모세(Moses)가 썼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모세오경 Five Books of Moses이라고도 한다.
모세오경은 창세기를 포함해서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를 말한다.

창세기는 50장에 1,500구절 이상으로 되어 있다.
원래부터 이렇게 분류된 것은 아니었고 중세의 인쇄업자가 책을 제작하면서 편의에 따라 분류한 것인데 썩 잘 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만일 모세가 창세기의 저자라면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탈출시킨 후 광야에서(기원전 1446-1406년) 썼을 법하다.
모세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순서적으로는 창세기가 토라의 첫 권이지만 쓰여진 시기로 보면 출애굽 이후의 일이다.
창세기를 읽는 사람은 이 책이 한 사람의 저술이라는 데 의심이 생길 것이다.
같은 이야기가 내용을 달리해서 병렬되어 있는 것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출처에서 자료들을 모아 편집한 책이란 점을 알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창세기는 모세가 쓴 것이 아님이 분명해진다.
아마 주요 내용이 모세에 의해서 전래되었기 때문에 그가 저자로 알려진 것으로 추측된다.

모세는 이스라엘 사람으로 뛰어난 지성을 갖추고 있었다.
모세가 애굽 사람의 학술을 다 배워 그 말과 행사가 능하더라 (사도행전 7:22

모세가 와서 여호와의 모든 말씀과 그 모든 율례를 백성에게 고하매 그들이 한 소리로 응답하여 가로되
여호와의 명하신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하리이다
모세가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기록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산 아래 단을 쌓고
이스라엘 십이 지파대로 열두 기둥을 세우고 (출애굽기 24:3-4)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 말들을 기록하라
내가 이 말들의 뜻대로 너와 이스라엘과 언약을 세웠음이니라 하시니라
모세가 여호와와 함께 사십 일 사십 야를 거기 있으면서
떡도 먹지 아니하였고 물도 마시지 아니하였으며
여호와께서는 언약의 말씀 곧 십계를 그 판들에 기록하셨더라 (출애굽기 34:27-28)

모세가 죽은 후 하나님이 여호수아(Joshua)에게 한 말씀 가운데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한 율법을 다 all the law my servant Moses gave you” 그리고 “율법책 Book of the Law”이란 말이 있어(여호수아 1:7-8, 열왕기상 2:3, 고린도전서 9:9) 모세가 차세대 지도자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의 말씀과 율례를 문서로 전해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예수는 창세기의 저자로 모세를 지목했다.

죽은 자의 살아난다는 것을 의논할진대
너희가 모세의 책 중 가시나무떨기에 관한 글에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나는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로라 하신 말씀을 읽어보지 못하였느냐 (마가복음 12:26)

모세를 믿었더면 또 나를 믿었으리니
이는 그가 내게 대하여 기록하였음이라 (요한복음 5:46)

네 가지 출처

창세기를 포함해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토라는 기원전 450-400년경에 편집된 것이다.
문서로 또는 구전으로 전래된 이야기들이 편집자(Redactor)들에 의해서 이때서야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여기에 편집된 이야기들의 출처는 다양하지만 특히 다음의 네 가지 출처가 두드러진다.

J출처(J source)

J출처란 하나님을 야훼라고 부른 사람들(Yahwist, 독일사람들에게는 Jahwist)을 통해서 알려진 이야기를 말하는데 창세기의 많은 부분이 이 출처에서 발췌되었다.
하나님을 주(the Lord) 야훼(YHWH)라고 불렀다고 해서 Jahwist의 약어로 J출처라고 한다.

J출처의 연대는 기원전 950-800년으로 어림되며 J를 유대 르호보암(Rehoboam) 왕 시대의 사람으로 보는 학설이 유력하다.
기원전 922년 솔로몬 왕이 사망한 후 이스라엘은 북왕국과 남왕국으로 분열되었는데 유대에 속한 J가 전래한 이야기를 J출처라고 한다.
2-4장(천지창조, 에덴 추방, 카인의 아벨 살해), 6장(거인 이야기), 6-9장(홍수 이야기), 10-11장(바벨탑 이야기), 12-50장(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이야기)은 J가 전한 이야기들이다.

P출처(P source)

제사장들(Priestly Writers)이 전했다고 해서 P출처라 한다.
J가 하나님을 야훼라고 부른 데 비해 P는 그냥 하나님(Elohim)이라고 불렀다.
엘로힘이란 주(the Lord 또는 God)라는 뜻이다.
P출처의 연대를 기원전 700-500년으로 어림하지만 요셉 이야기는 기원전 1000-900년부터 전래된 것으로 본다.
P는 1장(천지창조), 5장(첫 번째 조상들의 명단), 6-9장(홍수 이야기), 11장(두 번째 조상들의 명단), 그리고 아브라함 이야기와 요셉과 그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E출처(E source)

제사장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엘로힘(Elohim)이라고 불렀다고 해서 이를 E출처라고 한다.
E출처의 연대를 기원전 850-750년으로 어림하며 눈먼 이삭의 이야기는 E를 통해 전래되었다.
J출처에는 야훼가 거닐기도 하고 사람에게 직접 말씀하신 것으로 묘사되었지만 E출처에서는 엘로힘이 꿈에서 말씀하신다.

R출처(R source)

J, E, P출처들이 초기에 전래된 이야기들이라면 R출처는 후기에 영향을 끼친 편집자(Redactor)의 것이다.
편집자 R이 J, E, P출처들을 종합해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창세기를 완성했다.
R출처의 연대를 기원전 587년 이후로 보고 450-400년경으로 어림한다.


유대인 신학자 마틴 뷔버(Martin Buber, 1878-1965)는 R을 단지 편집자로 보지 않고 우리의 스승(Rabbenu)으로 간주하였다.
모세오경에 있어서 R의 역할이 그만큼 크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모세오경은 R에 의해서 아주 훌륭하게 편집된 것이다.
R은 하나님을 야훼로 부른 전통을 따랐다.

이처럼 네 출처는 각기 독특한 이야기들을 전했지만 같은 이야기를 조금씩 다르게 전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천지창조와 홍수에 관한 이야기는 J와 P 모두가 전했지만 내용에서 조금 다르다.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를 누이라고 속인 이야기는 J, E, R이 전했고,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 이야기는 J, E, P가 전했으며, 하갈과 이스마엘의 이야기는 J와 E가 전했고, 브엘세바에 관한 이야기는 J, E, P가 전했다.
야곱이 형 에서를 속이고 라반에게 도망친 이야기는 J와 P가 전했고, 벧엘에서의 야곱에 관한 이야기는 J와 E가 전했으며, 야곱이 하나님과 씨름한 후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얻은 이야기는 J와 P가 전했다.

홍수 이야기는 J와 P가 전했지만 R이 두 이야기를 묶어서 하나로 만들었다.
J에 의하면 하나님이 노아에게 제물로 바칠 수 있는 깨끗한 동물 각 일곱 쌍과 불결한 동물 각 한 쌍을 방주에 실으라고 하신 반면, P는 각 한 쌍을 방주에 실으라고 했다.
J에 의하면 홍수가 난 것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고, P는 하늘나라 수문이 열려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J에 의하면 홍수가 40일 동안 계속되었지만 P는 150일 동안 계속되었다고 했다.
이처럼 출처에 따라 내용에 차이가 있으며 같은 내용이라도 부분적으로 생략되어 전해지기도 했다.


창세기의 목적

편집자가 창세기를 쓴 목적을 밝히지 않았으므로 그 내용으로 쓰여진 목적을 짐작할 수밖에 없다.
창세기에는 인류의 시작과 이스라엘 국가의 시작에 관해 기록되어 있다.
특히 인류의 조상이 하나님을 대적한 이야기와 이스라엘을 통해서 구원받는 대목이 창세기의 주요 내용이자 후세에 알리기 위해 쓰여진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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